대리운전 이야기 1

어제 대리운전 첫 고객은 설비 관련 현장 일을 하신다는 분이었다. 목적지는 경기도 양주였는데 출발하면서 갑자기 바꾸셨다. 바로 코 앞이다. 그러면서도 원래 금액을 다 주신다.

그러면서 얼마를 버느냐고 물으시더니 더 보태어 30만 원을 줄 테니 일 하루 쉬고 함께 술이나 한 잔 같이 하시자고 한다.

문득 대학 1학년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할 때 생각이 떠올랐다. 나와 얘기 나누러 오시는 어른들이 많았었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었다. 나름 나로서는 인생의 도움이 될 만한 말씀들도 많이 듣는 좋은 기회였지만, 얘기 상대라는 게 엄청 신경이 쓰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성을 만나도 꼭 이런 식이었다. 신세 한탄 들어주고 엮여서 별 일 다 도와주고, 그리고는 땡이었다.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다들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나?

나는 지금도 연인들이 쉴새없이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시사 문제 등 사회적 토론도 아닌데 어떻게 오래도록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지 말이다.

나는 일 얘기 세상 얘기로는 밤을 새울 수 있지만, 그 이외에는 할 말이 별로 없었고 한 적도 없다는 걸 나이 오십이 넘어서나 알았다. 하다 못해 영화를 봐도 감상평을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 이성으로 다가온 사람이 있었을지라도 나한테 흥미가 떨어졌겠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고민이 잠깐 됐는데 거절했다. 조금 벌어도 맘 편하려고 하는 일인데 잠시라도 신경을 쓴다는 게 일단 싫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것도 웃음을 파는 일이겠구나 하는 인식 때문이었다. 돈을 안 받고는 할 수 있지만 돈을 받고는 할 수 없거니와 돈 벌기를 포기하기도 어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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