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당사자

몇 해 전이다. 당시 나는 광고 없는 언론을 해 보겠다고 “프레스바이플” 운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뭐니뭐니 해도 돈 문제가 급선무라 이것 저것 일을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건물 관리였다.

우리가 관리하던 오피스텔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요즘에는 흔하지만, 오래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 출입문 통제 시스템을 만들게 되었다. 문제는 각 호실과 출입구 방문자 간의 통화가 가능하게 하고, 출입구를 원격으로 열어줄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여러가지 구상 끝에 모 보안회사와 통신사가 함께 참여해 일련의 시스템을 만들었다. 인터넷망을 이용해 내선전화를 모든 세대에 설치하고 이를 출입통제시스템에 묶었다. 지문인식 시스템도 만들고 주차장 출입 시스템도 RFID 방식으로 개선했다. 국내 최초의 일이다.

이 설비 공사 중에 문제가 생겼다. 국내 최고라 자랑하는 보안회사에서 시공한 부분에 어이없는 일이 생긴 것이었다. 지문인식 시스템과 출입 통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난 것도 모자라 소방법 위반 문제도 있었다.

이러니 난감하기도 한데, 한편으로 보자면 언론사 처지로서 해당 회사는 물론 그룹의 이미지를 흠집낼 수 있는 소스를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이 소스가 값이 꽤 나가는 일이다. 이거 무마하려면 광고 상당히 줘야 할 일이다.

문제는 재시공을 해야 하는데 보안회사 지사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재시공 책임의 소재를 떠나 담당 직원의 곤혹스러운 상황까지 감안하자니 골치도 아프고, 이대로 놔두면 일만 벌리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못하는 결과가 될 게 뻔한 상황이었다. 건물 관리를 맡은 회사의 책임자이자 기획과 실무 관리를 모두 책임진 나로서는 난감한 문제다.

고민 끝에 일단 보안회사의 시공 부실을 밝히는 영상을 만들어 그룹을 통합 관리하는 부서를 통해 회장에게 편지 형식으로 전달했다. 이후의 상황은 안 봐도 뻔한 일이 이어졌다. 난리가 났고 무상 재시공이 이루어졌다.

물론 우리는 이를 보도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나쁘게 맘을 먹었다면 어디로든 이 소스를 흘릴 수도 있었지만 그건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는 언론이기도 하지만, 당사자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JTBC가 정유라의 소재를 덴마크 경찰에 신고하고 이를 보도까지 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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