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설움, 과거 일이 아니다

똑같이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해 소비자를 농락했는데 폭스바겐에 대한 벌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오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폭스바겐에 43억 달러의 벌금을 물렸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5조 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692억 원의 과징금만 낸다. 당시의 대기환경보전법이 차종 당 과징금 상한액을 10억원 이하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정부는 상한액을 차종당 500억원으로 올렸다.

배상액도 큰 차이가 난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미국에서 배출가스 조작 차량 소유자 47만5,000명에게 총 147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현금을 배상하는 안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는 12만6,000대에 대해 100만원 상당(1,260억원 규모)의 쿠폰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

비교하기조차 참담할 지경이다. 해당하는 차량의 대수로 보면 약 26%에 달하는데 배상액은 1%도 안 된다.

이보다 더한 일도 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수백 명의 유아가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불구로 살아가야 하며 아직도 조사 중인 사례까지 감안하면 희생자가 수천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인데 판매분의 2/3가량을 차지하는 옥시레킷벤키저의 대표가 받는 처벌은 징역 7년이다.

고발장이 접수된지 4년이 지나서야 수사에 착수하였고, 늦은 기소로 말미암아 2009년 이전의 희생자 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고 한다. 이 7년도 1심 판결이니 항소심은 더 줄어들 수도 있다. 배상 문제는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만약, 누군가 개인이 수백 명을 살해했다고 가정하면 이 문제가 얼마나 큰 범죄인지 알 수 있다. 그런 살인마가 7년을 살고 사회에 다시 나온다면 이를 용인할 수 있나?

이 나라 국민은 다른 나라의 국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도 좋은지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도 공무원도 법원도 정치권도 언론도 대기업도 들어줄 것 같지 않으니, 나라 잃은 설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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