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미사일만 있는 게 아니다

온 국민이 군인이라 해도 좋을 나라는 인류 역사 이래 북한이 유일할 것 같다. 고대 스파르타도 나치독일도 아마 지금의 북한 수준에는 못 미쳤을 것이다.

국가 예산의 10%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하며, 국민의 2% 이상이 현역 군인인 상태로 10년 이상 유지한 사회를 군국주의 사회라고 지칭한다는데, 북한은 60년 이상 모든 국민이 군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역사상 이런 나라는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군인으로 산다.

선군정치라는 구호 아래 전쟁 준비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북한은 온 국민이 군인이고 온 국토가 요새임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나라다. 온 나라가 곧 군부대이고 독재정권이 장기간 집권하고 있으니 병영국가이기도 하다.

한편, 북한은 전체주의, 군국주의 등 나쁜 것이란 나쁜 것을 다 들이대도 단순화하기가 어렵다. 혈통을 기반으로 하는 세습 군주가 존재하는 형태이니 군주제 형태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국주의라는 게 대개는 제국주의적 사고와 맞물려 타국에 대한 공격적 형태를 띠어야 하는데, 북한은 누가 봐도 방어적이다. 이게 중대한 차이다.

국가 내부의 경제적 균형 등이 엄청나게 뒤틀려 있음에도 60년 이상 북한 체제가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동력은 바로 외부 침략에 대한 공포다. 대다수가 6.25 참상의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국민을 향해 국가를 지키자고 선동하는데 안 통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동기가 존재했고, 상징이 생겨났고, 통제가 먹혔으며, 조작된 이념이 생겨났고, 이는 곧 대다수 국민의 내면적 사고로 발전했다. 이를 두고 세뇌되었다는 평가도 하는데, 세뇌되었다고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다.

북한 체제가 영속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 전쟁 뿐이냐는 점에서는 회의적인 이유이다. 치를 인명피해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며, 그 피해의 가장 큰 당사자가 바로 우리이고 우리와 피를 나눈 북한 동포들이다.

지난 한국전쟁은 제국주의 붕괴 시기와 맞물려 이념이라는 괴물에 사로잡힌 인류가 저지른 참상이었다. 히틀러와 나치독일이 저지른 짓과는 태생적으로 다른 게 북한 정권이고 한국전쟁이었다.

오늘날 그 전쟁의 실질적 당사자들이라 할 나라들은 견제는 할지언정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은 반도 땅 전체는 아직도 전쟁터이고, 수많은 부모·형제가 서로 총칼을 겨눠 죽어 나간 남북은 지금도 전쟁 중이다. 아무리 봐도 이는 합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

오늘날 북한 정권이 저렇게 비정상적임에도 유지되는 현실적 이유를 들자면 가장 첫머리에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적 자세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군국주의 국가로서 일본이 저지른 침략에서 비롯된 분단과 동족 간의 전쟁, 그리고 지속되어온 군사적 대치 상황에 대해, 미·중·러·일 어느 나라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지고 보면 미국이야말로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최고의 군국주의 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 잣대로는 설명이 되지 않지만 인류 역사에 지금의 미국만큼 거대하고 강력한 나라는 없었다.

인류는 오늘날 미국의 선한 의지를 갈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전쟁을 치러야 하니 말이다.

이마당에 지난 전쟁의 실질적 책임자들이라 할 나라들 또한 제국주의적 사고를 버리지 못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북한의 오늘은 한동안 지속할 것이고, 우리의 불행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 북한의 평양에선 군사 퍼레이드가 있었다. 일견하기에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군기는 벼린 칼날 같고, 제식은 절도가 있으며, 기상은 공포스러울 정도로 드높아 보인다.

누군가는 ICBM으로 보이는 신형 미사일이 선보였다고 말들이 많지만, 나는 오늘 예와 비교해 달라진 것 하나 없이 군대와 국민이 마치 기계인듯 보여준 퍼레이드를 보면서 슬퍼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으로 공포스러운 모습은 바로 이것이다.

핵폭탄을 쏟아부어 이 아름다운 한반도를 지구상에서 아예 지워버리거나 섬나라로 조각내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을 저 무수한 영혼들이 무슨 죄이며, 게다가 내 선친의 고향이자 조부모와 조상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라니…

어찌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민족이든 국가든 그 무엇이든, 인간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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